지난 주말 오랜만에 들렀던 삼성동 메가박스엔 9개의 3D LED TV를 겹쳐서 만든 대형 디스플레이가 있었다. 불치병인 수전증으로 인해 사진이 흔들린 것도 있지만 실제 화면도 3D 화면 특유의 여러색이 겹쳐보이는 뿌연 영상을 틀어놓았고,
안경을 쓰고 직접 체험해보도록 유도했다. (안경은 별매고 18만원이랬던가...쿨럭~)
감흥이라면....3D로 보이는게 신기하긴한데 널부러져 보게되는 TV의 특성상 안경은 불편해서 쓰지 않게될 것 같다는 (살짝 어지럽기도 했다)
얼리어답터나 Tech 블로거도 아닌 내가 삼성 3D LED TV 얘기를 꺼낸건 그들의 마케팅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기 때문인데...
국내 CM도 엑스트라와 로케, 특수효과를 생각하면 솔찬히 많은 공이 들어간 작품(메이킹영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래 광고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랄까...
8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촬영했으며 도시 전체를 빌리기도 했다는군....
이렇게 삼성은 월드컵을 앞두고 세계 각국에서 제대로 돈을 써서 CM과 프로모션, 바이럴 캠페인 등 전형적인 물량공세를 벌이고 있다.
↑ 수족관을 그대로 옮겨놓은듯한 TV...
↓ 명화들에 숨어있는 엽기적인 스토리를 알 수 있는 3D TV ㅋ
TV 교체수요자들에게 최신성과 부가적인 효용으로 어필하며 한 단계 더 좋은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전통적인 수법이 먹힐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지금처럼 물량공세로 3D LED TV가 최신 TV의 기준이 된다면 한 달 뒤면 3D로 TV 볼 일이 전혀 없어질 사람이더라도 최신기종이란 이유만으로 구매동기는 충분히 자극받았을 것이다.
단 예전처럼 화면이 더 크다거나 브라운관이 LCD/PDP로 진화하거나 HD 기술과 만나며 명확히 좋은 화질을 보여주던 시기와는 달리 부가기능으로 어필할 수 밖에 없으므로 결정이 쉽지 않겠다. 그리고 가격의 부담이 상당해 2002년 월드컵 HDTV 판촉 때와 같이 특판형식으로 가격저항을 줄여주지 않는다면 상당히 고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결론은 광고 마케팅은 그들의 목적에 충실하게 진행 중이고, 결과는 가격정책이 좌우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
2009년의 마케팅 사례들 중 빼놓을 수 없는 캠페인이 있다.
수많은 화제를 몰고온 글로벌 텔레콤 컴퍼니 티모바일(T-mobile)의 Life's For Sharing 캠페인!
고품질의 대규모 플래시몹 퍼포먼스,
완성도 높은 영상의 바이럴 배포,
참여를 이끌어내는 쉽고 즐거운 이벤트,
유명인과 방송을 활용한 대중과의 접점 극대화까지...
정말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준 캠페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 플래시몹이란? 두산백과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이메일이나 휴대폰 연락을 통해 약속장소에 모여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황당한 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는 불특정 다수의 군중.
즉, 예상치 못한 집단행동을 통해 일으키는 소동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Life's For Sharing 캠페인 1탄 : 리버풀역
2009년 1월 15일 아침 11시 리버풀역(Liverpool Street Station). 제작진은 약 2분간의 플래시몹을 위해 약 8주간의 준비를 해왔고, 오전 11시경 본격적인 퍼포먼스를 시작한다.
역내에 울려퍼지는 노래에 맞추어 한 두명 춤을 추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다양한 연령대의 댄서 400명이 군무를 추기 시작했고... 흘러나오는 8가지 대중적인 음악에 맞춰 때론 역동적으로, 때론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춤을 추었다. 몇몇 사람들은 그 흥겨움에 젖어 군무에 참여했으며 또 몇몇은 이 놀라운 광경을 사진, 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전화로 주변 사람들에게 중계했다.
제작진은 10개의 숨겨진 카메라로 이 유쾌한 소동을 촬영했고, 이는 유튜브(Youtube)를 비롯한 다양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렸다.
그 결과... 본 소동은 완성도 높은 유쾌한 퍼포먼스, 대중의 자연스러운 호응이 좋은 평을 받으며 다양한 미디어에서 보도되었고, 그 여새로 유튜브에 업로드된 본 영상은 단기간 천만번 이상의 재생을 기록... 꽤 오랫동안 웹상에 회자되며 커버리지 면에서 대성공을 거두게된다.
Life's For Sharing 캠페인 2탄 : 트라팔가 광장
첫번째 성공에 고무된(?) 그들이 또다른 대규모 기획을 준비하는데...이번엔 좀 양상이 달랐다.
리버풀역때와 같이 불쑥 등장하는 깜짝 퍼포먼스가 아니라 이번엔 공공연하게 시간과 장소를 밝힌 것..아래 영상과 같이 리버풀역의 댄스를 상기시키며 다음 이벤트를 보고싶다면 4월 31일 오후 6시 트라팔가 광장(Trafalger Square)에서 보자며 바람잡이용 CM을 배포하였다.
그리고...
약속한 4월의 마지막날 약13,500명의 군중으로 가득한 트라팔가 광장에선 진행요원들이 몰려든 사람들에게 뜬금없이 마이크를 나눠주었고, 한 남자의 진행으로 프로모션이 시작되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트라팔가 광장을 거대한 가라오케로 만들어 모든 사람들이 노래를 함께하는 것이었다. 나조차 가사를 알고있는 합창의 대명사 Hey Jude부터 노래는 시작되었고, 카메라맨들은 그곳의 노래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비추며 그들이 주인공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아래 영상을 보자)
게다가...
유명인을 등장시켰는데...
그 사람은 터프한 목소리와 퍼포먼스로 유명한 PINK, 모자를 뒤집어 쓴채 관중 속에 섞여있던 그녀는 가운데 위치한 단상으로 올라와 대표곡인 So What, 그리고 다른 몇 곡도 함께 부른다. (So what은 다같이 부르기엔 그닥 좋은 곡은 아닌듯 ㅋ) 그녀는 노련하게 사람들을 단상으로 끌어올려 함께 춤추며 노래하였으며...자신의 웹사이트에 에프터서비스까지 해놓았더군....(링크)
두번째 프로모션의 성과는...
프로모션 예고와 그 규모로 인해 1차 때보단 미디어 컨택은 훨씬 더 늘어났고, 영상 바이럴은 웹영상의 특성상 쉽게 바이럴되기엔 길이가 너무 길고, 회자될 수 있는 깜짝쇼같은 포인트가 적었기에 1차때보단 훨씬 못미쳤다.
하지만 이번엔 그들이 찍은 영상 외에도 현장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찍은 영상이 개인의 영역에서 공유되고 있고, 직접 경험을 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측면을 생각해보면 커버리지의 양적인 면에서 크게 뒤지지 않았고 질적인 면은 1차때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Life's For Sharing 캠페인 3탄 : 오프라 시즌 파티 in Chicago
1, 2탄이 너무 강했다. 또 다시 이를 넘는 바이럴과 파격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더 엄청난 것을 선택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들은 시카고에서 티모바일의 후원으로 열리는 오프라의 23번째 시즌 파티에서 2만명의 군중과 최고의 팝그룹 BEP(The Black Eyed Peas)와 사전 모의하여 오프라 윈프리와 수 백만의 시청자를 놀래키는 어마어마한 플래시몹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 결과... 본 플래시몹은 매스미디어를 활용한 만큼 세 차례 중 가장 강력한 커버리지와 버즈(Buzz)를 만들어 내었고, 가장 많은 수의 미디어 컨택을 만들어 내었다.
물론 방송사의 컨탠츠인지라 유튜브에 올렸던 영상들은 삭제당해 온라인에서의 바이럴이 조금 아쉬웠지만 매스 미디어를 통해 워낙 여러차례 보여졌기에 커버리지에서의 문제는 전혀 없었으리라...
BEP는 본 플래시몹 덕에 I gotta feelin'이 다시 아이튠즈 챠트 1위로 올라서는 등 재미를 톡톡히 봤고, 오프라의 시즌 파티 브랜드도 업그레이드 되었고...티모바일은 핸드폰을 들고 무대에서 방방뛰는 오프라를 통해 그리고 방송에서 노출되는 그들의 홍보영상을 통해 높은 주목도를 확보할 수 있는 모두가 이긴 게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물론 티모바일의 브랜드 슬로건인 Life's For Sharing이란 가치를 전달하긴 버거웠다)
본 캠페인에서 주목할 부분은...
1) 메시지 전달력
텔레콤 회사의 브랜드 캠페인이라는 것이 사용되는 비용에 비해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적은데 (개념을 실체화하여 전달하는 것으로 난이도 자체가 높다) 본 캠페인은 가장 대중적인 '춤'과 '노래'라는 소재, 그리고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대규모 깜짝 이벤트를 활용해 삶/경험을 'Share'한다는 개념을 비교적 잘 전달하고 있다는 것!! 2) 프로모션 및 바이럴 영상의 완성도
1차는 2분을 위한 8주간의 준비기간이 말해주듯 대중의 입맛을 고려한 음악선별, 믹스, 그리고 댄스의 구성, 바이럴 영상의 완성도를 고려한 카메라 구도 등 게릴라성으로 진행된 대규모 프로모션으로 보기힘든 완성도를 보여줬다는 것.
2, 3차...역시 영상은 편집을 고려하여 사전에 철저히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군무, 그들의 위치와 카메라 구도 등 철저히 계획 하에 이루어진 촬영에 몇몇 일반인이 들어갔다는 느낌이다.
3) 진정한 참여가 가능한 프로모션 Sony Bravia 캠페인 'Foam City' 포스팅에서 언급했듯 런칭 시에는 화제가 될 수 있는 제작물로 제대로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엔 참여를 통해 소비자가 생성한 2차 저작물이 온라인 곳곳에서 나름의 스토리를 가지고 파급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전개한 점을 높이 평가할만 하겠다.
물론 아쉬운 점은...
통신사의 브랜드 캠페인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국내 시장에 비추어 판단한다면) 결국 통신사를 선택하는데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말기로...통화품질의 차이가 없어진 요즘같은 경우엔 특히, 실구매시 통신사의 브랜드 메시지가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물론 영국 이동통신 시장은 국내에선 상상할 수 없는 치열한 시장이라고 들었기에 이런 브랜드 캠페인이 국내보다 더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글쎄...
플래시몹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
1. 이벤트의 소재
: 웹에는 소위 재미있는 영상이 넘쳐난다. 그 틈바구니에서 사람들에게 기억되기 위해서는 소재 자체가 그만큼 새롭고, 의외성이 있어야 한다.
2. 현장감
: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은 토크쇼의 방청객처럼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주도하는 중요한 양념이 되고, 광고 메시지란 느낌을 최소화하여 몰입도와 메시지 전달력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자연스러운 반응을 얻기 위해 촬영 카메라를 숨기는 것도 좋은 방법)
3. 이벤트의 구성
: 단시간 동안 갑자기 판을 벌이는 이벤트의 경우... 미디어 컨택이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통한 직접적인 바이럴은 극소수다. 그러므로 완성도 높은 바이럴용 영상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온라인이란 환경에 맞게 단시간 충분한 관심과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30초 안에 시청자를 사로잡는 짧은 호흡의 구성이 필요하다.
4. 바이럴영상의 완성도
:3번에서 강조했듯 결국은 바이럴영상이므로 이벤트 현장을 얼마나 현장감 있게, 의도하는 장면을 잘 드러나게 촬영하여 편집하여 완성하느냐가 관건이겠다. 그러므로 촬영을 고려한 리허설과 필요하다면 영상에 담길 사람들은 (물론 비밀리에) 연기자를 섭외하는 것도 좋겠다.
5. 참여와 소감
: 2번에서 얘기한 현장감을 가장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이벤트에 동조하고 그 모습과 소감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겠다.
매년 입시철이면 급 많아지는 수~많은 대학 광고들
어찌나 똑같이 글로벌 리더로 키워주겠다며 아우성인지...쩝~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캠페인들로는 숙명여대의 <울어라! 암탉아, 나와라! 여자대통령>시리즈와 <춤추는 총장님> 편, 아주대의 <젋은만 가져오십시오. 나머지는 아주대가 책임지겠습니다.> 시리즈....그리고 어디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소재지가 강원도임에도 <가깝다고 걸어오면 안되요~> 라는 능청스러운 멘트를 날렸던 라디오 광고 정도일까...
학생모델로 기억하는데 이 매력적인 처자는 어디서 뭘하고 살고 있을꼬...
오랫동안 입시와 관계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관심이 부족한 면도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사례만큼 인상적이었던 마케팅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는 듯한데...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 대학, 훌륭한 졸업선배의 모델 기용, 학생 홍보모델 활용 등 이정도에서 오십보 백보)
며칠 전 길을 가다가 꼬마 아이가 고추를 입에 문 비쥬얼에 입맛이 까다로우면 넌 우송대학교라는 (정확하진 않다) 다소 독특한 광고를 발견. 학과도 왕실 요리 학과였었나...그렇다.
나름 독특하구먼....정도 생각하고 지나쳤었는데. 오늘 인터넷에 떠도는 그들의 광고 2가지를 더 보게되었다.
위 광고는 '우송대학교의 무리수'라는 제목으로 떠도는 이미지다.
공포영화 포스터 아니다
국가기관을 해킹하는건 범죄일터...교육기관이 발신하는 메시지로선 안좋은 선택이고,
귀여움으로 소비자를 무장해제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베이비'를 이렇게 공포스럽게 사용하는 것도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겠다.
하지만 검색해보니 95년 설립된 역사가 짧은 역사의 학교로서 인지도 확보와 특화된 교육과정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이며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은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낯선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주목도를 확도하였고, 검색해보니 좋건 나쁘건 블로그와 카페에서 본 광고가 바이럴되고 있다. 즉 우송대가 예전보다 많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으로 실체가 어찌되었건 우송대라는 곳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덧) 요새 눈에 띄는 버스 광고로 아래의 싱글즈 광고가 있는데 대체 왜 메시지를 남성들에게 발신한건지 알 수가 없다. 아시는 분 말씀 부탁드린다.
본 포스팅은 제가 항상 많이 배우고 있는 선배 마케터 '늘머씨'가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계속 좋은 글들 뜯어낼 수 있도록많은 의견과 반응 부탁드립니다. ㅋ
“미국사람이 강의하는 영어학원에 다녔을 때야.
하루는 감기가 걸려서 코를 훌쩍거리며 강의실 앞에 앉아있는데,
미국 선생님이 아프면 뒤쪽에 앉아서 편하게 있으라고 배려해주는 거였어.
나는 생긋생긋 웃으면서 이까짓 감기 아무것도 아니라고, 신경 써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그대로 앉아 수업을 들었는데, 나중에서야 미국 사람은 감기 걸린 사람이 근처에 오는 걸 싫어해서 그런 거라는 걸 알게 됐지. 참.. 미국 사람 정 없다.”
한국사람과 미국사람의 차이점을 이야기 할 때 자주 인용되곤 했던 이야기이다. 그런데 2009년 겨울,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위에 등장한 미국 사람처럼 기침을 콜록콜록하는 타인이 근처로 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이상 가까이 오지맛!!
어느새 변화가 찾아왔다. 아주 큰 변화다.
한여름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남의 시선을 받지 않게 되었고
백화점 문을 열 때 팔꿈치를 사용하는 습관이 생겼다.
손을 씻는 횟수가 배로 늘었고, 얼굴이 가려우면 손가락이 아닌 손목을 사용한다.
그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집단 인식은 아마도 이것일 것이다.
“세상은 균 투성이다!”
20년 사이에 만들어진 새로운 집단 인식 중 이 정도의 파괴력을 가졌던 것은 아마도
“수돗물은 그냥 마실 수 없다!” 일 정도다.
새로운 집단 인식의 탄생은 작은 자극으로도 큰 움직임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수돗물은 마실 수 없다”는 인식이 만들어낸 9,100억짜리 움직임(생수시장 5,300억 / 정수기 시장 3,800억)이 그 예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대다수의 마케터들에게 큰 의미를 주지 않으리라. 초등학생이라도 이런 종류의 당.연.한. 시장변화는 예측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래 기사를 보자
“뒤적여야 하는 큰 가방은 싫다” 「전용가방」 인기
[한국일보] 1995-05-29 19면
쁘렝땅에서는 지난주 처음 판매를 시작한 먹는샘물병 전용가방이 2일만에 바닥이 났다.
패션전문백화점에서 전용가방이 큰 인기를 누리자 발빠르게 모조제품이 만들어져 종로나
신촌의 노점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생수/“물이 최고음료” 샘솟는 인기
[경향신문] 1996-05-31
청량음료 대신 생수가 환영 받고 있다. 올 여름에도 지난해 여름과 마찬가지로 생수병을 한손에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청소년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송승헌이 등장했던 1996년의 의류광고
코카콜라 혹은 포카리스웨트 캔을 들이키던 몇몇 젊은이들이 투명색 생수병을 들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백팩을 매고 생수병을 들고다니는 행위가 엄청난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다. 이에 쌈지 등 당시의 유명 디자인 브랜드에서 생수병을 넣을 수 있는 가방을 출시했고, 기사 그대로 잠시나마 대단한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수돗물은 마실 수 없다”는 인식에 hot한 젊은이들의 작은 넛지가 가해지자 청량음료 시장부터 가방시장까지 영향을 미친 “습관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마케팅을 담당해본 사람이라면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잘 알 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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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균 투성이다”는 인식으로 이미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마스크, 손 세정제, 제약 시장 외에 어떤 “습관의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물론 그 행동의 변화는 단순한 판매증가를 위함이 아닌 플루의 확산을 막는 명확하고 긍정적인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갖는다.
여기 평범한 가장이 있다. 임신한 아내와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있는.
그가 다니는 직장에 2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회사에서는 수시로 손을 씻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는 유난히 기침을 하는 사람이 많다. 불안한 마음에 주머니에 있던
마스크를 쓰기로 한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아이를 접촉하기 전에 바로 샤워를 한다.
위의 상황에서 이 가장에게 심리적으로 여전히 불안함을 주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옷”이다.
벗어던지는 것은 가능하나. 균은 어떡하나
손과 입, 몸은 바로 씻어 낼 수 있지만 양복과 외투는 매일 드라이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밖에서 잘 털고 들어와도 타액을 통해 붙어있을 것 같은 균이 완전히 떨어지리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데 마침 광고에 이런 메시지가 나온다.
"집에 들어오는 현관에서 조금 불안하지 않으셨나요? 가족을 위한 작은 습관!
외부와 접촉했던 옷에 99% 항균효과 페브리즈하자.”
광고 후에 시작된 드라마에도 기침하는 배우가 집에 돌아와 현관에서 옷에 페브리즈를 뿌리는 장면이 나온다.
아쉽게도 페브리즈의 현재 광고에 위의 새로운 습관을 만들 요소는 없다. 기존에 해왔던 대로 탈취에 대한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이게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만들어진 새로운 집단인식을 새로운 소비자 “습관”으로 만드는 넛지의 역할로는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의미이다.
페브리즈최근 광고물 “고기냄새” 편과 “겨울 환기” 편
이 외에도 생활 곳곳에서 새로운 습관을 만들만한 꺼리는 많이 발견될 수 있다. 온 갓 세균이 변기보다 많다고 하는 책상, 특히 업무시간의 대부분 손에 쥐고 있는 마우스와 키보드의 항균을 위한 간단한 스프레이 형 세정제(물 티슈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닦는 것이 얼마나 귀찮았던가)도 습관을 만들 수 있을 만한 넛지가 될 수 있다.
USP 메시지를 전달하는 마케팅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마케팅은 사회적 혹은 집단 심리의 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신종플루라는 신종심리변화 앞에 내가 관여하는 제품을 통해 어떠한 넛지를 가할 수 있을까?
예전에 이만하면 충분한 광고들...이란 포스팅을 했었는데.
그 중 가장 임팩트가 있었던 인쇄광고는 역시 American Airlines,
뉴욕-시드니 취항을 홍보하기 위한 광고로 뉴욕이 빅애플로 불리우는 것에서 착안,
사과 조각들로 시드니의 상징 '오페라하우스'를 만든 것이다.
극도로 절제한 크리에이티브로 비쥬얼 이외의 요소라고는 American Airlines의 로고와 좀 더 쉬운 이해를 돕기위한 NEW YORK - SYDNEY 라는 짧막한 텍스트 밖에 없다.
이보다 더 심플한 광고가 있을 수 있을까?
여기 있다.
페덱스(FedEx)는 뉴욕과 리오데자네이로간의 배송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뉴욕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과 리오의 상징인 예수상을 절반씩 합친 초 심플 비쥬얼과 로고 딱 2가지 요소만 사용하였다. 이 2가지 요소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모두 할 수 있다니....
게다가 비쥬얼은 그들의 로고 컬러를 사용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있다.
물론 저 예수상이 어디 있는지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부분이 살짝 우려되긴 하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아도는 임팩트를 가지고 있으며 활용범위도 매우 넓어보인다.
예를들면...
해외 배송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 즉 페덱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저 광고의 메인타깃일 것이고, 페덱스는 그들 모두에게 뉴욕 리오간의 배송서비스를 빠짐없이 알리고 싶을테니...
배달되는 페덱스 박스,봉투마다 한켠에 위 광고 이미지를 프린트 하거나 스티커로 제작해 부착하고, 웹사이트엔 동일한 이미지를 활용한 퀵메뉴를 노출할 수도 있겠다. (설마 이미 했나?)
뭐 좀 더 과감하게 간다면 얼마 전에 소개했던 The New Museum의 심볼릭한 방식의 캠페인도 가능할 것이고... (관련 포스팅 : 뉴욕에서 만나는 심볼릭 마케팅의 진수)
자유의 여신상 쪽엔 뉴욕을 상징하는 물건/풍경/인물
예수상쪽엔 리오를 상징하는 물건/풍경/인물을 넣을 수도 있을듯.
흠...촌스러워질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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